유명한 리서치회사에 맡기면 좋은 조사가 나올까요?
조사회사를 고를 때 무엇을 먼저 보십니까.
회사 규모, 수행 실적, 견적, 보유 패널, 인지도. 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23년 동안 프로젝트를 하면서 제가 점점 더 중요하게 보게 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제 프로젝트는 누가 담당합니까?"
같은 회사에 맡겨도 결과물이 달라집니다. 조사 절차뿐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가 처음 가져오는 질문은 대개 이렇습니다.
"매출이 떨어졌는데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신제품을 내는데 어떤 콘셉트가 좋을까요?"
"광고를 집행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설문지를 만들기 전에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왜 매출이 떨어졌다고 보시는지, 이번 결과로 무엇을 결정하셔야 하는지, 이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묻습니다. 그 답에 따라 조사 대상도 방법도 질문도 달라집니다.
같은 숫자가 나와도 해석이 갈립니다.
구매율이 떨어졌다고 해보겠습니다. 가격 때문인지, 경쟁 제품 때문인지, 제품 만족도 문제인지, 브랜드 문제인지, 아니면 사는 경로가 바뀐 것인지. 원인에 따라 다음에 할 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회사소개서와 견적서만큼이나 내 프로젝트를 맡을 연구자를 확인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제가 발주하는 쪽이라면 이렇게 묻겠습니다.
조사를 설계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 사람이 비슷한 사업 문제를 다뤄본 적이 있습니까?
설문 작성, 분석, 보고서 해석을 각각 누가 합니까?
데이터를 넘기고 끝납니까,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이야기합니까?
중간에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가설을 함께 다시 세워줍니까?
리서치의 품질은 데이터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좋은 데이터, 좋은 질문, 그리고 연구자의 해석. 셋이 함께 있어야 의사결정에 쓸 수 있는 리서치가 됩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자료를 빠르게 모으고 분석해 주는 지금은 마지막 항목이 더 중요해졌다고 봅니다. 무엇을 물을 것인가, 어떤 숫자를 의미 있는 신호로 볼 것인가.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 판단의 근거를 검토하고 책임지는 연구자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다음에 조사회사를 고르실 일이 생기면 회사 이름만 보지 마시고 한 가지를 더 물어보셨으면 합니다.
"제 프로젝트는 누가 함께 고민해 줍니까?"
그 질문 하나가 결과물의 차이를 만들기도 합니다.